실리콘 밸리 은행 파산.. 공포에 떠는 메디테크 스타트업
미국 테크 중심 스타트업들의 대출과 투자금 보관의 주요 은행이었던 실리콘밸리 은행(SVB)가 경기 불황과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파산한 가운데 디지털 헬스, 바이오 테크 기업들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VB가 디지털, 메디컬 헬스 기업들의 투자금을 관리하고 상당수 회사들의 기업 공개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메디컬 테크놀로지 스타트업들이 올(2023년)들어 경기 침체로 인한 투자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SVB사태의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SVB의 파산이 디지털 헬스에 미치는 영향]
메디컬 테크놀로지 기업은 실리콘 밸리 뱅크(Silicon Valley Bank) 고객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SVB의 2022년 4분기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벤처 투자 테크와 헬스케어 기업 IPO 자금의 44%를 맡았다. 2021년은 55%였다. 은행 예치금 1,730억 달러(2022년 말)의 12%가 의료와 헬스 케어 기업에서 나왔다.
패스트컴퍼니 보도에 따르면 바이오테크 기업 상가모 테라퓨틱스(Sangamo Therapeutics)와 같은 몇몇 제약회사들은 연방증권거래소에 공시한 자료에서 ‘SVB에 수백만 달러 예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CVS헬스가 인수를 추진 중인 오크 스트리트 헬스(Oak Street Health) 등 상당수 디지털 헬스 기업들도 SVB와 연관되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울러 SVB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은행은 프리비아 헬스에 1억 달러 지급 보장을 했다. 또 피어스헬스케어는 SVB가 캐럿(Carrot), 노마드(Nomad), 올리브(Olive), 코모도( Komodo) 등의 메디컬 스타트업 자금 투자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헬스케어의 하락 속 겪은 SVB 사태]
SVB 파산이 디지털 헬스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SVB가 파산하기 전 이미 미국 헬스케어 기업들은 경기 식었음을 체험하고 있었다. 플레어 캐피털 파트너스 공동 설립자인 빌 기어리(Bill Geary)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금리가 여전히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SVB의 파산은 (바이오 헬스 기업의) 자본 조달 능력에 대한 비관론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SVB는 최고 경영진을 위한 개인 서비스와 (회사) 자금 지원을 결합한 모델을 통해 스타트업 창업과 분사 시장을 장악 해왔다. 특히, 90%의 실패율을 경험하고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이오테크 분야 기업 사이에서 SVB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미국 재무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정부 기관들은 3월 12일 SVB모든 클라이언들의 예금들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개입하기 전부터 많은 회사 경영진들은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급여 지급 등 회사 운영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동분서주했다.
메디컬 푸드 기업 팜박스RX(FarmboxRx)의 애슐리 타이너 CEO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아무도 나에게 정확한 상황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팜박스RX는 실리콘밸리 뱅크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예치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 텔레헬스 기업 루스 헬스(Ruth Health)의 알리슨 그린버그(Alison Greenberg) CNN에 SVB에 묶어 있던 예금을 회수하기 위한 처참한 노력을 소개했다.
[자산 16위 은행의 파산 여파]
한편, 실리콘밸리 뱅크는 은행 자산 규모 16위로 미국에서도 비중이 있는 큰 금융회사다. 이런 대형 은행이 파산한 것은 2008년 미국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대한 맹목적 투자 관행이 바뀔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 소문은 3월 중순 이후 급속히 퍼졌다. 3월 8일 SVB는 자금 결손을 메우기 위해 20억 달러의 추가 자본을 투입하겠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후 투자자와 기업 등이 잇달아 예금을 인출에 나서면서 SVB는 순식간에 지급 불능 상태에 빠졌다. 벤처 캐피털도 SVB에서 지금을 빼겠다고 달려들었다. 2023년 3월 9일 SVB의 주가는 무려 60%가 넘게 하락했고 시가 총액도 94억 달러가 공중으로 날라갔다.